노트/영화 32

Bad Boys2

- 역시 냉무 마이클 베이 선생 Bad Boys II (2003) / Michael Bay Bad boys, bad boys watcha gonna doWhatcha gonna do when they come for you 나쁜 녀석들의 시그니처와 같은 포르셰와 클래식카의 치킨게임 공항 질주씬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지만, 90년대 영화의 한계는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다이하드식의 티피컬 한 폭발 장면과 액션 속도를 커버하기 위해 사용하는 빈번한 슬로우 모션, 둔탁한 사운드 등은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2편은 무려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오히려 과도한 CG 없이 날 것 그대로를 촬영하면서 물리적 타격감이 피부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노트/영화 2024.11.27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The Fall (2008) / Tarsem Singh  더폴의 재개봉 소식에 추억을 떠올리며 써보는 이야기.스턴트맨인 로이 워커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상태로 로스앤젤레스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다 팔이 부러져 입원한 루마니아 이민자인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만나게 된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사악한 악당인 오디어스 총독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처음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만 점차 그 목적이 변질되어 자신의 자살 계획에 알렉산드리아를 이용하려고 한다. 사고 후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던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

노트/영화 2024.11.21

천년을 흐르는 사랑

- 나의 정복자. 늘 정복에 열심히군. The Fountain (2007) / Darren Aronofsky  리뷰를 읽다 더 폴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냉큼 찾아봤던 영화인데 현실과 이야기를 오가는 묘한 액자식 구성 외에는 유사성이 없음에도 이 영화 이야기도 함께 모아놓고 싶어 키노에 써놓았던 리뷰를 옮겨본다. 일단 그냥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 완성도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는데, 영상이 정말 강렬해서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에서 다시 봤을 땐 좀 힘들기도 했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  아내의 암치료를 위해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와 여왕의 명령으로 영생의 나무를 찾아 떠나는 기사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영생의 나무를 찾아 천년..

노트/영화 2024.11.20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2013) / Ben Stiller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단편소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를 영화화한 작품. 각본은 다른 사람인 듯.-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그냥 스포일링 밖에 없음 - 월터는 16년 동안 같은 회사를 다니며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과를 처리하는 그러나 틈만 나면 존아웃 상태에 빠져 일상에서의 탈출, 아니 회피를 시도하는 그런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은퇴를 하면서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준 피아노를 처분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직장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월터는 현재 폐간된..

노트/영화 2024.10.20

노멀 피플

- 서로의 영혼과 지성을 발견해 주고 호흡을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관계, 사람.Normal People (2020) / Lenny Abrahamson사랑은 재난이다. 이들과 같은 사랑을 하고 나면 삶 자체가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영혼의 모양이 똑같이 생겼지만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여자와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남자가 만나서 교감하며 사랑하는 이야기.주인공들이 정말 예뻐서 보기 좋았고, BBC 드라마라서 의심 없이 좋은 부분이 있었다.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가 정말 좋고 드라마보다 속도감이 있다. 그 답답하지만 복잡한 감정과 관계성이 이해돼서 책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단순한 로맨스물이라고 하기엔 계급, 권력관계 등 사회 문제와 개인의 정신적 감정적 부분 또한 심도 있게 다루..

노트/영화 2024.10.03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왜 또 봐도 계속 재미있는 거지?The First Slam Dunk (2022) / Inoue Takehiko 슬램덩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고를 향해 노력하는 천재 혹은 평범한 소년들의 성공에 의한, 때론 실패로 인한 눈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이지만 어른스러움, 남자다움을 갖춰야 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좌절, 슬픔을 거세한 남성성을 우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지만, 슬램덩크 안에는 많은 종류의 눈물이 있었고, 참는 것을 강요 받았던 남자 아이들의 마음 속을 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형의 사망 이후 긴 시간을 보낸 후에야 형에 대한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송태섭이나, 첫 번째 실패 후 흐느끼는 정우성의 눈물에서 왜 우리는 충분히 슬퍼해야 하고, 더 많이 좌절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많은 생..

노트/영화 2024.09.16

Blood diamond

- None of whom has ever seen a diamond- Conflict diamond Blood diamond(2007) / Edward Zwick  아프리카 출장 중 알게 된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영화가 있는데 바로 블러드 다이아몬드이다. 신기하게도 다른 출장지에서 만난 분들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지내고 계신 분들이 인생 영화가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똑같은 말을 하시니 안 볼 수가 없더라고. 예상대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돋보이는 매우 마초적인 영화였고 내전 중인 시에라리온의 참상이라던가 살인을 종용당하는 소년병의 현실 등은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아들이 납치된 상황인 솔로몬 옆에서 아프리칸 화이트 보이와 백인 기자가 썸을 탔어야 했으며, 백인 구원 서사를 저렇게 선명..

노트/영화 2024.05.15

Happy Together

- 그의 레퍼토리는 실로 위력적이다. Happy Together (1997) / Kar Wai Wong  고등학생 시절, 우리 반은 세 종류의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서태지와 HOT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마이너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내 한 줌 친구들과 가장 즐겨했던 취미는 영화 관련 10*10 빙고였고 빙고를 만드는 것보다 빈칸을 채우는 게 더 빡센 미션이었던 야생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도 하기 힘들던 그때, 용돈을 아껴 영화관을 가고, 비디오를 빌려보고, 영화 잡지와 OST를 사모으며 오타쿠가 되어가고 있었고 그러다 거의 매일 들락날락 거렸던 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 사장님과 친해지기도 했다. 그즈음 세계를 흔들었던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가 한국에서도..

노트/영화 202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