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냉무 마이클 베이 선생
Bad Boys II (2003) / Michael Bay
Bad boys, bad boys watcha gonna do
Whatcha gonna do when they come for you

나쁜 녀석들의 시그니처와 같은 포르셰와 클래식카의 치킨게임 공항 질주씬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지만, 90년대 영화의 한계는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다이하드식의 티피컬 한 폭발 장면과 액션 속도를 커버하기 위해 사용하는 빈번한 슬로우 모션, 둔탁한 사운드 등은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2편은 무려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오히려 과도한 CG 없이 날 것 그대로를 촬영하면서 물리적 타격감이 피부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끊임없이 받게 한다. 줄어들지 않는 속도와 끊임없는 충돌, 자동차 안과 밖에서 잡는 뇌가 흔들릴 것 같은 타이트한 앵글과 카메라 워크는 진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극강의 연출.
마약 카르텔의 수장인 자니를 잡기 위해 조직에 잠입했다 납치된 시드를 구출하는 타격팀 액션은 마이클 베이가 나 자동차 추격씬 말고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자랑하는 것 같고 영화 13시간의 약간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요런게 하고 싶으셨던 거였어. 지하에서 군인들이 집결해 있는 지점을 폭파시켜 마당을 점령한 후 박격포로 건물을 폭파시키고 동시에 벽을 깨서 지하실로 잠입해서 건물 내부에서 마커스와 마이크를 엄호하며 시드를 구출할 시간을 벌어주는데 전략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엔터테인적으로는 정말 잘 만들었다. 손에 땀 계속. 그리고 20년 전의 마이클 섀넌이 나온다. 아 진짜 웃긴다.
미니멀하고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한 1편에 비해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 스토리를 굵게 쪼개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고, 역시 냉무 마이클 베이 선생을 벗어나지 못하며 약간의 지루함을 안겨주셨지만 뭐가 중요하겠는가. 애기 티를 벗은 윌 스미스가 큐트 페이스, 핫바디, 유머러스 소프트 보이스를 구사하는데..
나는 헐리웃 영화의 변곡점을 2000년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촬영 기술이나 편집, VFX 등에서 90년대와의 차이는 엄청난 수준이었고, 같은 배우 같은 감독이 8년의 간격을 두고 찍은 나쁜 녀석들 1,2편은 그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지. 이때가 적절한 기술 발전으로 상상 속 표현이 현실화되면서 문화 충격이라 불릴만한 엄청나고 다양한 콘텐츠가 양산된 헐리웃의 황금기였고 마법사들의 시대, 메카닉의 실사화, 어벤저스의 시작, 이런 것들.. 뭐 AI랑 대화하면서 로봇 조립하는 스타크가 전화기는 LG 가로폰을 썼다는 사실이 좀 웃기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클로드를 음성 변환하면 자비스랑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얘는 아직 거짓말도 좀 해서 자비스는 안되겠다.
각설하고, 마이클 베이는 시대의 흐름에 충실한 감독이었고 그 능력을 소진한 지금, 현재의 영화 환경에는 맞지 않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근 연출작인 2019년도 6 언더 그라운드만 봐도 엄청난 속도감의 자동차 추격씬과 멋진 배우의 피비린내 나는 액션이 담긴 빈 깡통 스토리의 쌍둥이 영화를 또 만들어 놓았으니. 같은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로 만든 영화가 재미없다는 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기술 발전이 영화의 발전에 비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한 지점이기도 했다. 13시간은 정말 재밌게 봤는데..
나쁜 녀석들은 이제 마이클 베이의 영화가 아니지만 Bad Boys Ride or Die를 보고 늘 그렇듯 아쉬운 마음에 내 마음속 명작 영화를 한 번 꺼내본다. 마이클 베이를 쓰고나니 마이클 만이 생각나는군.

'노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1) | 2024.11.21 |
---|---|
천년을 흐르는 사랑 (0) | 2024.11.20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5) | 2024.10.20 |
노멀 피플 (1) | 2024.10.03 |
더 퍼스트 슬램덩크 (1) | 2024.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