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Prancing Pony in Tolkien's town of Bree
- Cotswold, Moreton-in-Marsh
런던 패팅턴에서 출발하여 Fosse Way에 위치한 코츠월드 북부로 왔다. 이미 지난 여행을 통해 알 수 없는 시골로 기어들어가는 습성을 파악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행 가이드에 잘 나오지 않는 지역을 선택했다. 숙소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 계획은 지난번에 머물렀던 바이버리 코트를 숙소로 정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예약이 닫힌 상황이었고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보통 코츠월드로 여행을 가면 버포드, 바이버리, 브로드웨이나 버튼 온 더 워터 등 자주 찾는 곳이 있는데 나는 왜 모턴 인 마쉬로 향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옥스퍼드와 비스터 빌리지에 가기 쉬운 접근성 때문이 아니었나 예상해 본다.
숙소는 The Manor House Hotel. 16세기에 지어진 매너하우스를 호텔로 개조했다는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호텔명. 매너하우스란 봉건제 귀족인 대영주가 거주했던 저택으로 영주의 업무 수행 및 연회 등을 열기 위한 장소였다고 하고 랜디드 젠트리 계급의 거주지로 건설된 컨트리 하우스의 명칭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넓은 초목지대 한가운데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바이버리 코트의 규모에는 따라가지 못했지만 아담하고(저렴한 방) 목가적인 시골 저택에서 머무는 편안함을 누리는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조용한 동네이기 때문에 코츠월드 처음 방문이라면 대표적인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하루정도 가볍게 동네만 돌아보았다.
https://www.cotswold-inns-hotels.co.uk/the-manor-house-hotel/stay
Stay at The Manor House Hotel, Moreton in Marsh
Ever dreamed of staying in an idyllic country manor in the heart of the Cotswolds? The Manor House Hotel, Moreton in Marsh is the perfect opportunity
www.cotswold-inns-hotels.co.uk
저 침대 위의 친구는 허기라는 이름의 곰탱이로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말 마케팅력 만렙이신 사장님인 듯. 저렇게 써놨는데 어떻게 안 데려가. 체크 아웃 후부터 이 친구를 계속 안고 다녔더니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가방에 안 들어가서 그냥 다님. 뭐 딸내미 주려고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하겠지 싶어서. 집에 온 후 처음엔 우리 집 곰탱이가 공격 대상으로 생각하여 계속 집적거렸으나 사이좋게 놀라고 타일렀더니 잘 놀아서 아직 잘 살아있다. 눈알도 안 뽑고.
역시 컨디션이 좋은 숙소를 선택한다는 건 숙소에서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국 숙소의 주요 장점은 맛있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잘 찾아보긴 해야 하지만. 가볍게 제공되는 컨티넨탈 조식보다는 풍부하고 아메리칸보다는 가벼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가면 워낙 안 먹고 다니는 사람이라 아침을 잘 먹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응접실까지. 머무를 이유가 넘쳐흐르는 곳.
밖으로 나가 보았다. 매너하우스 호텔의 외관.
Palm Tree Cottage. 코티지 갖고 싶어.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 여기서도 묘지 찾아다니고 있네. 묘지 주인의 이름은 보지 못했다. 12세기에 건축되었고 16세기 재건되었다는 어마어마한 역사의 교회이다. 뭐 이 동네의 매력이 살아있는 중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 길들을 헤맸을 때의 그 몽롱함과 아련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걷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이스트리트 상점 지역으로. 휴일이라 상가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아기자기한 쇼윈도와 행잉 사인보드들은 눈이 돌아가게 만들어 버린다. 노란색 벽돌과 하늘색, 하얀색의 창틀 하며 행잉 플라워들 모두.
좌측의 The White Hart Royal Hotel은 영국 남북전쟁 당시 찰스 1세 국왕의 피난처로 사용했던 곳.
진짜 시리어스한 양을 자랑했던 파스타. 매우 맛있던 것으로 기억되었던 ASK Italian. 아직 운영되고 있다. 역시 로컬 맛집은 사라지지 않지.
파스타집에서 나오면 정면에도 상점들이 있다. 역시 문을 닫아서 아쉬웠던 커피 하우스가 있었고 다음 건물에 톨킨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더 벨 인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브랜디와인강을 통해 나즈굴에게서 탈출한 프로도와 친구들이 춥고 비 오는 밤 스트라이더를 처음 만나는 브리의 펍, 프랜싱 포니(The Prancing Pony)가 더 벨 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3층으로 이루어진 펍 건물과 마당을 통해 들어가는 입구 등의 묘사 외에도 브리와 모튼 두 마을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고. 여러 지역의 교류지이자 여행자들의 마을이라 불리는 것 또한 모튼 인 마쉬와 브리의 유사점.
한 예로, 모튼 인 마쉬 근처에 수세기 전 4개 카운티 샤이어( Gloucestershire, Warwickshire, Oxfordshire and Worcestershire)의 교차점을 표시하는 Four Shire Stone 이 있는데 이 돌이 이스트 파딩, 웨스트 파딩, 사우스 파딩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샤이어의 중심을 표시하는 The Three-Farthing Stone에 영감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고 한다. 까악~!! 노스 파딩은 The Three-Farthing Stone과 만나지 않는데 현재 Four Shire Stone 또한 우스터셔를 제외한 3개의 카운티만 교차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오타쿠의 바람과는 달리 실제 1970년대 지역 개편으로 카운티 경계가 옮겨진 것이기 때문에 Four Shire Stone의 위치만 차용하고 노스 파딩의 연결을 뺀 것은 다른 이유에서 인 듯ㅋㅋㅋ그냥 글로만 써도 흥분되는 모먼트지만 이때의 나는 매일 반복되는 신변 보고와 체온 체크 등으로 기력이 없었기 때문에 저 간판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티타임을 마치고 거하게 식사를 끝낸 상태인 알쓰가 이곳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전혀 없었다는 것. 나도 말술이면 저런 데서 어나더! 하면서 맥주 1리터씩 마시고 할 텐데.
마을의 중심에 있는 레데스데일 홀. 지금 찾아보니 건물 명판이 아주 멋들어진다. 앨거논 버트람 프리먼 미트포트 경, 레데스 데일 제1 남작, 모튼 인 마쉬의 영주, 그의 친척인 레데스데일 백작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와우.
당시 문을 닫은 상태라 가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구글맵을 찾아보니 Rixy's Cotswold Tearoom으로 변경되었다. 아 사진만 구경해도 정말 예쁜 티룸이네. ㅠㅠ
비스터 빌리지는 버스 타고, 옥스퍼드는 기차 타고 다녀왔다. 이거 매우 많이 옛날 요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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