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럽

부다페스트식 사랑법

야채타임스 2024. 1. 15. 21:35

- 도나우 강은 잔잔하지 않다.

 

 
이렇게나 잔잔하게 흐르는 평화로운 도나우 강의 옛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많은 희생자를 냈던 몇 년 전 봄 유람선 침몰 사고가 생각났다. 당시 프로젝트 오픈 때문에 거의 뉴스를 볼 수 없어서 글을 쓰며 찾아봤는데 기가 막힌 일들이 산재한 사고였다. 유람선 야간 관람은 기상 상태를 봐서 취소할 수 있는 옵션 상품이었지만 패키지여행에서 필수 코스라는 이유로 일정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가해 크루즈 선박은 선장만 체포되고 회사 측은 사과 한마디 없이 미국과 북유럽 자본의 대형 선박 회사라 배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분통 터지는 이야기만 있고 또 역시나 언론들의 거지 같은 행태만 눈에 보였다. 아.. 도나우강은 지금도 아름답게 흐르고 있겠지.

 

부다페스트는 도나우 강을 경계로 시가지가 있는 페슈트 지역과 왕궁이 있는 부다 지역으로 나뉜다. 왕궁의 언덕에서 본 도나우 강변과 시가지. 세체니 다리와 성 이스트반 성당이 한눈에 보이고 부다페스트 지역에 대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법률을 한눈에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고, 잔잔하지 않은 도나우 강의 잔물결은 아름다웠다.
 
왕궁을 내려오며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바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으나,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돌고 돌아 왕궁의 언덕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 데리고 둘이서 책을 보며 여행하는 어느 젊은 유럽인 엄마를 보았고, 배낭을 메고 지도를 찾는 동양인 노부부도 만났다. 여행에서는 많이 걸어야 한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지도만 보며 최단거리로 가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무엇이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 Gloomy Sunday
널 잃느니 너의 반이라도 갖겠다는 그 대사는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오그라들거나 혹은 솔로몬처럼 피지컬 하게 반? 이런 고어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한데.. 나만 그러한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리고 더 넉넉하고 여유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글루미 하지 않아. 부다페스트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아.. 일로나.

멀리서 본 겔레트 언덕 (Gellert hegy)

 


 

 
다리를 건너 다시 페슈트 지역으로 나와 부다페스트의 번화가 바치거리에 저녁식사를 했다. 트랜스포터 라스트 미션에서 목적지가 부다페스트라고 하는 프랭크의 말에. '비어, 굴라쉬.'라고 대답했던 발렌티나가 생각나서 '굴라쉬.' 하고 주문했더니 맛은 토마토 페이스트 넣은 소고깃국에 설익을 쌀밥을 말아놓은 듯한 오묘한 맛의 요리가 나왔다. 파프리카 가루가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었고 음식에 약간 매운맛도 약간 났던 거 같고. 아.. 이전 회사 건강식의 러시아식 토마토 스튜에서 비슷한 맛을 느꼈었다. 

 
그렇게 어색한 저녁을 끝내니 날은 어두워지고 밤거리를 걷다 골목 사이로 대성상이 얼굴을 내밀었다. 건너편 길을 가로질러가는 고질라를 마주친 기분이 들 정도로 이상한 괴리감이 들었다. 광장은 한가로운 저녁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 찼고, 여유 있는 역동감이 느껴졌다. 지극히도 현실적인 유럽인의 휴식이 저녁을 항상 회사에서 보내던 이때의 나에게는 환상 그 자체로 느껴졌고 나도 이들과 이와 비슷한 여유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여행은 페리헤지 국제공항에서 마무리되었고 나는 매일 열두시간 이상 열심히, 아니 열심히 하기 싫어도 열심히 일하게 되는 회사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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