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GO SUM VIA VERITAS ET VITA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넘어가기 위해(아님, 종교 여행 아님) 성이슈트반 대성당으로 향했다. 헝가리 왕국을 가톨릭 국가로 세우고 성인이 된 헝가리 왕에게 봉헌된 성 이슈트반 대성당. 부다페스트 내에서는 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어있다는데 나중에 높은 곳에 가서 도시 전경을 보았을 때 낮은 건물들 사이로 높게 솟아오른 성당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이 도시의 중심이 성당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웅장하면서도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성당이었다.
미사를 보고 싶었지만 평일이었고 정보가 전혀 없어 성당 내부 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나오는 길에 저녁에 성당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팸플릿을 보고는 저녁 예약을 바로 취소하고 성당 콘서트를 예매했다. 내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글루미 선데이가 작곡되었던, 일로나와 자보의 키슈 피파였다. 내 여행의 최종 목적지를 포기할 만큼 나는 이 성당이 좋았다.
성당 앞 광장에 캐리어를 세워 놓고 벤치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는데 소란스러웠던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청명하고 온도는 높지만 건조해서 땀은 나지 않는 정말 완벽한 날씨와 깨끗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기억에 너무나 강하게 남아 지금도 프라하보다는 부다페스트가 훨씬 기억에 남고 추천하고 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 이 오후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호텔 체크인 후 짐을 정리하고 사람 몰골로 변장한 후 다시 성당으로 나오는 지하철을 거꾸로 타서 늦어 버렸다. 지하철을 거꾸로 타는 버릇은 헝가리에서도 없어지지 않았고, 다시는 숙소를 외곽으로 잡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KTX를 거꾸로 타서 울산까지 가버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거꾸로 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여행은 시간이 전부인데 가격 때문에 외곽에 숙소를 잡아버리면 너무 많은 것을 놓쳐버린다. 이번 건만 해도 여행사에서 시내에 숙소를 잡고 가격을 높여 받았으면 내가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서성이는 일도 공연에 늦는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그럼 비싼 상품을 선택하던가!
늦은 시간이 뼈에 사무칠 만큼 좋은 최고의 콘서트였고, Albinoni의 Adagio는, 그 트럼펫 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성당이라는 소리의 울림이 가장 아름다운 공간과 아름다운 재단 앞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고 이 경험으로 인해 여행에서 성당은 꼭 들르는 곳이 되었고, 미사나 공연이 있으면 절대 빠지지 않고 있다.
유시민 작가님의 유럽 도시 기행 2의 부다페스트 편에도 이 미니 콘서트가 나오는 걸 보니 아직도 콘서트는 유지되고 있는 듯했고 청중도 500명 이상이 모였다고 하니 규모도 더 커진 듯하다.
'여행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다페스트식 사랑법 (2) | 2024.01.15 |
---|---|
페스트에서 부다 쪽으로 (1) | 2024.01.14 |
부다페스트행 야간열차 (1) | 2024.01.14 |
걷는 시간 - 프라하 여행 2 (2) | 2024.01.05 |
걷는 시간 - 프라하 여행 (1) | 202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