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ly Fuck you
Constantine (2005) / Francis Lawrence

DC코믹스 원작으로 2005년 개봉이니 한참 열풍이었던 코믹스 영화들 중에서는 슈퍼맨, 배트맨을 제외하면 초기작에 들어간다. 판권이 아직 워너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TV시리즈가 방영되면서 속편은 무산되었고 드라마는 남주와 키아누의 갭이 너무 커서 보지는 않았는데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는지 망하고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드라마 방영 이후 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 다크를 기획하여 워너에 각본을 제출했었고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문과 감독들의 하차 소식만 무성하다가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을 한다는 소식까지 있었는데 십수 년을 기다리기만 했던 터라 기대하지 않은지 오래다.

최근 나오는 히어로 무비에 비해 기술적으로 약간은 뒤질 수 있으나 매우 완성도 높은 비주얼 퀄리티를 가지고 있고, 스토리도 재미를 지향하는 관객에게는 딱 좋은 정도이다. 깊이는 없으나 그 얕은 맛에 보는 것이 코믹스 무비 아니겠는가. 놀란의 배트맨 같이 극한의 어둠과 내적 갈등과 깊이를 가진 콘스탄틴이 탄생해도 좋을 것 같으나 키아누 없는 콘스탄틴은 노노 하겠다. 키아누의 모노톤으로 그런 연기는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고.. 리뷰들을 찾아보면 성경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비추라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데 저스티스 리그에 소속되어 악마에게 작업 거는 쫄쫄이 안 입은 DC히어로에게 웬 성경 모독이란 말인가. 당시 코믹스가 유행하기 전이라 노답들이 많았던 듯하다. 리즈 시설의 미모와 시크와 허세의 절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키아누와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존 콘스탄틴을 개인적으로는 히어로 영화 중 가장 멋진 캐릭터라고 칭하고 싶다.
- 아래부터 그냥 계속 스포일링 -

지상에는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며 인간 좋아, 혹은 인간 다 죽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존 콘스탄틴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추적하는 퇴마사로, 이런 초월적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살아나게 된다. 가톨릭에서 자살이란 구원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죄이기 때문에 종국에는 지옥에 가야 하는 운명을 가지게 되었고 지옥을 피할 면죄부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악마를 사냥하여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지옥을 예약해 놓은 사람이 평생 줄 담배를 피우다 폐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점. 존은 지옥을 피하기 위해 악마로부터 사람들을 구하지만, 원래 계산된 희생으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벽에 부딪혀 지옥 행은 피할 수가 없는 신세이다. 안젤라의 요청으로 쌍둥이 동생인 이사벨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면서 여차저차하다 콘스탄틴의 영혼을 원하는 루시퍼를 소환해서 진짜 희생 같은 사기로 퍼킹을 먹이는데 각본가의 의도가 진정한 희생이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원작에서는 폐암 고치기 위한 잔머리였다고.

콘스탄틴은 지옥에서 탈출한 마몬을 제거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해서 자신의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루시퍼를 소환한다. 세상을 아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 루시퍼는 마몬을 지옥으로 돌려보내고, 콘스탄틴은 그 대가로 이사벨을 천국으로 보내주기를 요청한다. 루시퍼와 함께 지옥으로 들어가기 직전, 이사벨에 대한 자기희생을 인정받아 천국 문을 여는데, 이에 루시퍼가 빡 돌아서 '널 천국에 보내느니 다시 살려 죄를 짓게 하겠다' 며 직접 폐 속의 타르가 잔뜩 낀 암세포를 꺼내어 소생시켜 버리는 진짜 사기 캐릭터, 콘스탄틴 만세.

영화 초입에 등장하는 엑소시즘이나 숙명의 창, 물을 이용하여 지옥을 오고 가는 등의 오컬트적 요소가 많아 영화적 재미를 더해주지만 딱히 무섭거나 잔인한 장면은 없다. 지옥의 악마들이 뇌 부분이 없긴 한데;;; 그런 것보다는 콘스탄틴의 액션과 캐릭터 묘사에 더 크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미드나잇, 비머, 채즈 등 조력자와 발타자르, 루시퍼와 같은 적을 구성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간다. 내 편 아닌 니 편 같은 틸다 스윈튼의 가브리엘 또한 막 땅에 내려온 천사의 현신처럼 신비롭게 등장한다.

콘스탄틴은 신체적 능력은 높지 않으나 마법 유물과 의식 등에 방대한 지식을 이용하여 템빨과 전략으로 적과 싸우는 캐릭터이다. 지옥에서 대규모의 악마 군대 가 넘어와 지상의 평화를 위협한다던가 루시퍼나 마몬과의 피 튀기는 처절한 액션은 없지만 물 흘러가는 듯한 자연스러운 스토리 안에 소소한 판타지적 요소들과 젊은 감독의 독특한 유머들은 예상은 벗어나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원작인 헬블레이저는 금발에 지저분한 트렌치코트가 트레이드 마크인데 키아누의 뽀얀 피부와 흑발을 돋보이게 해주는 검은 슈트와 검은 타이는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원작도 키아누 입금 전 상태로도 바로 촬영 가능할 정도이니 영혼의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안젤라가 수시로 콘스탄틴에게 반하지만 절대 곁을 주지 않고 밀당으로 사람을 농락하며 작정한 간지는 이런 거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극도의 시니컬한 성격에 시종일관 양미간을 찌푸리며 줄 담배를 피워대다 수많은 금연 금지 짤을 방출하며 흰 피부, 흰 셔츠에 짧은 흑발, 검은 타이, 검은 슈트로 깔맞춤 하여 성큼성큼 걸어가다 한 번씩 웃어주면 아 삼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두 시간 동안 심장 격파 안 당할 재간이 있나. 난 5초에 한 번씩 반했었다고.

영화 역사상 가장 우아하다는 콘스탄틴의 홀리 뽀규를 꼭 감상하시길.

'노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루미 선데이 (0) | 2024.01.16 |
---|---|
타임 패러독스 (2) | 2024.01.12 |
존 윅 - 키아누를 보내며 (2) (2) | 2024.01.10 |
노크 노크 - 키아누를 보내며 (1) (1) | 2024.01.09 |
사랑은 낙엽을 타고 (1) | 2024.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