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영화

가능한 사랑

야채타임스 2026. 9. 24. 00:16

 
- 시혜적 시선이란 단순히 불쾌한 태도인 것만이 아닌 연대를 막는 벽이 된다.
 

Possible Love (2026) /  이창동

한국은 유난히 노동자를 분리하는 칸이 촘촘하다. 정규직,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특수고용, 이주노동자까지 계급을 나누고 어떻게든 아래층에 선을 그으려고 한다. 결국 산 자와 죽은 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노동자끼리 맞서게 된다. 결국 다 빼고 나면 진짜 노동자라고 할 사람은 소수만 남고 그 소수는 협상력이 없다. 마스크 공장에서 미옥이 정규직 3명과 사장딸을 가입시켜 노조를 출범시키던 순간 그 뒤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나간다. 얼마 전 삼성 초기업노조가 성과급 문제로 DS 외 다른 사업부와 연대하지 않겠다고 무려 인터뷰까지 했던 기사가 생각난다.(자랑이라고 그런 걸 한다.) 가끔 연대를 무조건적 봉사, 적선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본다.(나는 얼마 전 가까운 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연대란 사회 구성원이 함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 젊고 대기업에 다니고 수도권 자가에 살고 있다고 해서 그대들이 귀족이 되는 게 아니다. 귀족들은 노동으로 벌어들인 부를 천박하게 생각한다. 노동을 하고 있다면 노동자이고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될 것이고 내일 아침 산책길에 사고를 당해서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백 원을 냈다고 해서 백 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향후 더 받을 수도 있고 그것이 당신 인생의 유일한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연대는 그냥 보험이다. 보험에는 수십수백 쓰면서 세금과 건보료와 노조비는 아까워한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봤다. 짧은 예고편에서 쌍차 파업 이야기라는 걸 알고 볼 수 있을까 망설였다. 그래도 오랜만의 이창동이라 극장에 갔고, 슬프지만 재밌게 보고 왔다. 이창동 감독은 파업을 정면으로 찍지 않았다. 이전에 대기업 집단해고 이야기를 하려다 마지막에 엎었고, 결국 파업 현장 대신 해고노동자 부부와,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는 감독 부부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 수상 소감에서도 노동이 사라지고 관계가 끊어지는 시대에 영화가 뭘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노동자에 두는 것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미끄러질까 봐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란 말을 불온하게 생각하고 노동자라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우리나라의 그것이 아니꼬워서 말이라도 한 번 더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 부모도 나도 노동으로 평생 생계를 꾸려왔고 죽기 전까지 그럴 것이다. 우리 회사도 얼마 전 노조를 출범했고 나도 조합비 내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그래서 감독 부부의 시선이 계속 걸렸다. 불쾌함보다 먼저 온 건 익숙함이었다. 같은 노동자끼리 우리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 것, 한국에서 흔하고, 내 주변에서도 흔하다. 감독도 결국 자기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스스로를 다른 쪽에 두는 순간 연대는 시혜가 된다. 이게 노동자의 연대를 가장 방해하는 지점이 되는 것 같다.

카메라를 든 쪽과 찍히는 쪽, 편집하는 쪽과 편집당하는 쪽 사이에서 그 사랑이 가능할까. 그 위치에서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 나는 널 사랑해야 해라고 하는 사람은 진짜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감독이, 해고노동자를 찍으려는 감독을 통해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를 묻는다. 그렇게 보면 감독의 남편이 뭐 하는 인간인지 짐작이 간다. 이창동이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만든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노동자 영화이면서, 노동자를 찍는 사람에 대한 자기 고발 영화.
 
전도연과 설경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냥 이창동의 뇌이고 입이고 호흡이었다. 난 설경구가 오열하면서 이야기하면 참을 수가 없고 전도연이 울어야 할 때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돌아버릴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 아래 매우 스포일링, 이건 식스센스 급이야.



조인성이 사모펀드고 조인성이 넷플릭스다!

그 프로젝트가 뭐냐. 이창동을 잡았다는 거냐, SP중공업 팔아먹었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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