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미국

In New York

야채타임스 2024. 1. 28. 00:36

- Let's hear it for New York

 

 
볼티모어에서 일정을 모두 끝내고 뉴욕으로 이동. 계획은 암트랙으로 뉴욕까지 이동하려고 했지만 스케줄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어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았더니 당일 요금이  200달러가 넘었다. 세배 넘게 차이 난 듯. 필라델피아에서 경험했듯 암트랙은 예매가 필수인 것 같다. 숙소 사장님이 알려준 볼트 버스를 탔는데, 요금이 2인 70달러(십 년 전 가격) 정도였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오, 많이 이용하는 버스인가 보다 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싼 게 비지떡임은 증명된 명제였다. 한 시간이 지난 후에 출발을 하더니(미네아폴리스 공항 연착에 이어.. 미국 사람들의 시간 개념은 대체 어디쯤 있는 건지) 주말이라 교통 체증이 좀 심할 거라 두 시간 정도 걸릴 거라는 토드의 말을 사뿐히 즈려 밟은 후, 오! 토드!! 6시간이 넘게 걸려 뉴욕에 도착했다. 계획은 3시경 도착, 체크인, 저녁식사, 뮤지컬. 이렇게였는데 7시 40분에 뉴욕 도심에 도착해서 여기가 뉴욕인데, 캐리어 두 개를 거의 짊어지고 냅다 뛰어 십 분 만에 체크인. 리셉션에 가방을 던져놓고 극장에 도착. 8시 공연 In.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인간에게 한계란 핑계에 불과해!

 
그렇게 날아온 브로드웨이. 마제스틱 극장. 영화 버드맨을 보다 건물이 익숙해서 사진을 찾아봤더니 거기서 보인 간판이 이 극장이었더라고. 내가 있었던 그 공간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 나오다니! 
 
뮤지컬은 오페라 유령. 거의  여행이 끝나갈 때까지 시차 적응을 못했던 나는, 버스에서부터 쌓였던 긴장감과 피로가 극장에서 풀려 버렸는지, 크리스틴의 메인 테마 청취 후, 기절해 버렸다.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다 숙면을 했었는데 오페라 유령은 나와 인연이 없는 건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리지널 뮤지컬이 내한을 해도, 여행을 가서 공연을 봐도 자주 졸아버리는 것을 보면 그냥 노래 불러주는 공연을 보면서 자는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부분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는데 노래까지 불러주니 자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행 전에 여행지에서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공연 할인 정보를 확인해 보는데 이번에는 출발 전 카드사 이벤트로 티켓을 싸게 사놓았던 거라 많이 아깝진 않았지만 매우 국제적으로 쪽팔렸고, 그래도 또 공연이 끝나고 컨디션이 좋아져서 잘 놀 수 있더라고. Broadway, New York.
 


 
 

 
다음날 뉴욕 번화가 구경을 나가보았다. 워낙 한적한 동네에만 있다 와서 그런지 도심으로 나가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눈알이 뱅글뱅글 돌더라. 저때만 해도 국내 쇼핑에는 제한이 많아서 쇼핑의 천국이라 하면 뉴욕이었고, 번화가가 무한히 연속되는,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모든 여자들이 동경하는 도시였다. 뭐 지금이야 뉴욕에 있으면 웬만하면 서울에도 있고 쇼핑이야 직구로 뚝딱뚝딱하면 되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다시 보면서 뭐 저런 여자들을 도태시키는 드라마를 만들고 앉아 있었냐고 욕하기 바쁘지만 그 당시에는 해외여행과 뉴욕이라는 장소에 어떤 로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샤넬을 들고 칼럼 글자수로 페이를 계약하는 프리랜서 작가라. 앱소퍼킹루틀리 멋진 빅 같은 남자친구도 있고. 캬.. 지금 봐도 멋있긴 하다. 그런데 최근 나온 시즌에서는 캐리가 잠깐 외출한 동안 빅이 집에서 운동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언니도 늙었고 나도 늙었고. 에브리바디 올드맨.
 
M&M에서 초콜릿 쇼핑을 하고 또 걷다 록펠러 센터, GE 빌딩, 트럼프 타워를 보면서 여기가 뉴욕이구먼 이러고 있으니 처음 취직하고 서울에 와서 코엑스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아련한 기억도 문득 떠오르더구먼. 코엑스는 매일 지나가는 곳이지만 아직도 가끔 길을 잃을 때가 있다. New York 5rh Avenue.
 

New York Metropolitan Musieum

 
센트럴파크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까지 걸어갔는데 꽤나 먼 거리였는지 동행의 발에서 피가 났다. 쩝. 나는 워낙 걷기를 잘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해서 여행 가서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 다니는데 동행이 있다면 늘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사항이 걷기인 것 같다.

주말이라 로비는 관람객으로 복잡했지만, 워낙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어서 쾌적하게 관람이 가능했다. 국내 유명 전시의 주말 관람객보다 훨씬 적은 밀도. 입구에서부터 반가웠던 다이애나 아버스를 시작으로 피카소의 청색시대, 클림트, 대학 때 도서관에서 화집을 펼쳐놓고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고야의 마야, 그리고 다수의 인상주의 작품들을 보았다.

이곳도 드가 섹션이 매우 커서 다작 작가의 위엄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회화, 조형, 드로잉 등이 있고 대부분의 소재가 소녀였는데 아름다운 소녀의 몸에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의식을 감추어 놓은 벨 에포크 시대의 진보적 예술가란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리고 마네와 모네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 모네의 부드럽고 내향적 특징과 마네의 강하고 힘 있는 터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네, 모네. 모네, 마네. 모네는 빛에 미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프랑스 남부 어딘가에서 고흐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겠지. 고흐 섹션에서 두 번째 해바라기를 보았다.

 
미술관에서 나와 저녁을 먹기 위해 가이드북을 펼치고 세렌디피티를 찾아갔는데 웬걸 그 자리에 없네. 인터넷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면 질 낮은 정보가 많거나 아니면 정보 자체가 너무 많아서 지금도 여행책자 하나 읽고 끝내는 편인데 가이드북 오정보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그리하여 겨우 주말 저녁 시간에 뉴욕에서 택시를 타고 세렌디피티에 도착했다. 코앞이었는데 일방통행 때문에 둘러 가느라 택시비가 밥값보다 더 나온 듯.

 
뉴욕에 온 이유는 세렌디피티를 유명하게 해 준 프로즌 핫 초콜릿이라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였고 그 아이크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One Fine Day에서 미셀 파이퍼가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때문이었다. 프로즌 핫 초콜릿이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하게요 라는 상황과 문법을 모두 파괴시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곳이라니.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은 그 옛날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출국날.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맞아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갔으나, 안개 때문에 시야는 최악이었고 전망대에서 뉴욕 시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어제는 최고였다고 염장질 하는 뉴요커 직원의 말에  제대로 돈 상태로 스노볼만 만지작 거리다 내려왔다.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 예매 시 날씨 체크는 정말 필수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는 퇴근길 테헤란로에서 창문 열어놓고 듣는 걸로.
 
아! 작년에 다시 찾은 뉴욕 여행에서 뉴욕 전망은 제대로 봤다.
 
나우 유얼 인 뉴욕~
콘크리트 정글 웨어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뉴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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