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퇴사여행, 서유럽

포르투갈, 리스본

야채타임스 2024. 3. 2. 20:52

- 리스본행 야간열차 타고 싶다.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보통 야간버스를 탄다. 선택사항이 아니고 낮시간 버스는 없어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는 요금차이가 만만치 않았다. 과거 야간열차를 한번 타보고 하차 후의 그 피곤함과 찝찝함을 안고 바로 숙소에 체크인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는 것이 너무너무너무 싫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고자 인터넷을 거의 바닥까지 뒤지다가 항공권 검색 포털에서 최저가 항공을 찾았다. 
https://www.edreams.com
 
세비야에서 마드리드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 리스본으로 가는 항공료가 반값도 하지 않아서 일단 닥치고 예약을 했는데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세비야에서 리스본까지 먼가 자동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무 준비 없이 렌페역에 갔는데, 기차표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티켓이었고 실랑이중에 기차는 출발을 해버렸다. 결국엔 항공료와 비슷한 가격의 마드리드행 기차를 탔는데 또, 나태했던가. 분명히 티켓팅할 때는 공항 터미널까지 간다고 했는데 마드리드 한가운데 렌페역이 종착역인 거다. 어떻게 해야 할지 종종거리다 승무원에게 울상으로 공항 가는 길을 물어보니 이 천사 같은 승무원님이 아래와 같이 적어주고 방향을 알려주며 가는 길에 사람들에게 종이를 보여주면서 물어서 가라고 알려주시는 거다. 얼굴도 예쁜데 글씨도 예쁜 스페인 천사님이셨다. 넉넉히 삼십 분 전에 체크인하고 여유롭게 비행기에 올랐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정말 많다. 나는 이 여행을 하면서 많은 선의에 기댔던 것 같다.

 

리스본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호시우광장까지 바로 갈 수 있고 공항버스 티켓으로 당일 트램을 무제한 탈 수 있다는데, 나는 몰랐네. 숙소는 Best Estoria Hostel. 알파마지구에 있는데 그만 언덕을 올라가는 트램을 찾지 못해 별생각 없이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다가 여행 못 끝내고 숨지는 줄 알았다. 알파마지구에 숙소를 얻으면 한 번의 수고로 엄청난 뷰를 매우 볼 수 있지만 그만큼의 대가는 치르어야 할 것이다.ㅋ 아니, 트램을 타면 된다. 

 
낮에 리스본공항에 도착했는데, 등반 후 숙소 체크인을 하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버렸다. 노을이 지는 언덕의 올드트램, 낭만적이다. 호스텔은 시설도 깨끗하고 부엌 사용하기도 편한데다, 언덕에 있지만 그래서 늘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고, 거기다 숙소가격이 당시 일박에 만오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아 모든 면에서 정말 괜찮았다. 
 
 


 
 
 

- LISBOA BY YOURSELF 

 
숙소에서 바로앞에 테라스가 있어 알파마 지구의 전경을 이렇게 한눈에 볼 수도 있고,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기타 선율을 듣고 있어도 좋고, 원 없이 바다만 바라보아도 좋다. 좁은 골목 사이로 빽빽이 들어선 빨간 지붕과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성당, 수도원, 성벽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곳이다. 기타 치는 분은 5년 전쯤 친구의 포르투갈 여행 사진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 계속 계시는 거 같았다.

 
그냥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길래 여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책을 보니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를 기리는 산타 엥그라시아 성당이라고 한다. 빨간 지붕 위로 솟아 오른 하얀 돔과 수평선 눈높이가 비슷해서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미적 감각을 타고 난것같다. 지금까지 다녀본 모든 여행지 중 벽화와 낙서, 오래된 트램까지 모든 게 예쁜 곳. 빨래까지 예쁘게 너는데 말 다했다고 보면 되지 뭐. 가파른 언덕과 골목을 거침없이 달리며 울리는 올드 트램의 종소리. 능숙한 운전 솜씨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 많이 걷고 싶어 트램을 거의 타지 않았는데 리스본에서는 트램을 타고 다녀도 좋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트램을 타고 시내 야경을 한번 봤어야 했는데 후회가 좀 되었다.

 
리스본 대성당 Se Catedral. 골목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성당, 길목에 서서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래서인지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은 성당에 꼭 들리게 되더라고. 소박하고 간결하고 아름답다. 웅장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도 없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질 차이가 이런 데서 나오는 것 같다.

 
날이 저물고 다시 알파마 전망대로 해가 넘어간다.
 
 
 


 

- 리스본의 광장

 
해변에 인접한 코메르시우 광장, 마음이 탁 트여지는 곳이다. 리스본 시민과 관광객들의 쉼터, 아무 곳에나 앉아있어도 전망 좋은 카페가 되는 느낌이다. 코메르시우 광장을 나서면 카페와 갖가지 샵이 즐비한 시가지가 나오고 그 끝에 호시우 광장이 보인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이 문으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날씨가 다를 정도였다.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우산을 세비야에서 잃어버린 터라 어디라도 들어가려고 빵집이었던 것 같은 상점 앞으로 갔더니 이미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안에서 사장님이 나와 삐걱삐걱 소리 나는 핸들을 돌리며 어닝을 앞으로 쳐주는 게 아닌가. 그때의 이미지가 잊히지 않는다. 그림 같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국지성 소나기조차 싫지 않은 리스본이었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높은데서 머무르고 있어서 굳이 엘리베이터까지 타지는 않았지만, 시내 중심에 있는 높은 엘리베이터가 이색적이었다. 에펠의 제자가 철골구조를 설계했다고 한다. 포르투에서도 느낀 에펠의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바이샤 지구의 아름다운 야경. 관광객들의 설레임과 주민들의 여유가 만나 왠지 모를 흥이 생긴다.